제품을 만들거나 시스템을 설계할 때 가장 무서운 건 뭐일까? 바로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지는 고장이다. 특히 완성된 후에 발견되는 치명적 결함은 엄청난 비용과 시간 손실로 이어진다.
이런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개발된게 바로 FMEA(Failure Mode & Effects Analysis) 기법이다. 한국어로는 고장형태 및 영향 분석이라고 부르는데, 이름부터 뭔가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 개념은 꽤 직관적이다.
FMEA가 뭔지부터 정확히 알아보자
FMEA는 시스템의 가장 작은 부품이나 기능부터 시작해서 "이게 고장나면 어떻게 될까?"를 체계적으로 따져보는 분석 방법이다. 마치 도미노처럼 작은 부분의 고장이 전체 시스템에 어떤 파급효과를 일으키는지 미리 예측해보는 거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만든다고 치자. 브레이크 패드 하나가 마모되면, 제동력이 떨어지고, 결국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 이런 식으로 부품 단위부터 시작해서 전체 시스템까지의 영향을 쭉 따라가며 분석하는게 FMEA의 핵심이다.
왜 FMEA를 써야 할까?
1. 사후약방문 대신 예방접종
기존에는 문제가 터진 후에 "아, 이런 일이 생기는구나" 하며 뒷북을 치는 경우가 많았다. FMEA는 설계 초기 단계에서 잠재적 위험을 미리 찾아내서 원천 차단한다. 마치 독감 시즌 전에 미리 예방접종을 맞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2. 우선순위를 명확하게 정한다
모든 고장이 똑같이 위험한 건 아니다. 어떤 고장은 약간 불편할 뿐이지만, 어떤 고장은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FMEA는 발생 가능성, 심각도, 탐지 가능성을 점수화해서 어떤 문제부터 해결해야 할지 우선순위를 정해준다.
3. 문서로 남겨서 지속 관리
분석 결과를 표 형식으로 정리해서 누구든 쉽게 확인하고 추적할 수 있다. 나중에 비슷한 프로젝트를 할 때도 이전 경험을 바탕으로 더 효율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FMEA 진행 과정을 단계별로 뜯어보자
1단계: 분석 범위 정하기
먼저 "뭘 분석할 건지"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 전체 시스템을 한 번에 다 보려고 하면 너무 복잡해진다. 시스템을 적당한 크기로 나누고, 각 부품이나 기능의 계층 구조를 그려보는 것부터 시작한다.
2단계: 고장 형태 찾아내기
각 부품이나 기능별로 "어떻게 고장날 수 있을까?"를 브레인스토밍한다. 완전히 작동을 멈추는 것만 고장이 아니다. 성능이 떨어지거나, 간헐적으로 오작동하거나, 예상과 다르게 동작하는 것도 모두 고장 형태에 포함된다.
3단계: 영향 파악하기
찾아낸 고장이 상위 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따져본다. 단순히 해당 부품만 안 되는 게 아니라 연쇄적으로 어떤 문제들이 생기는지 끝까지 추적해봐야 한다.
4단계: 원인 분석하기
고장이 왜 생기는지 근본 원인을 파헤친다. 재료 자체의 문제인지, 설계상 결함인지, 외부 환경의 영향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5단계: 위험도 평가하기
발생 가능성(Occurrence), 심각도(Severity), 탐지 가능성(Detection)을 각각 1~10점으로 점수를 매긴다. 이 세 점수를 곱한 값이 RPN(Risk Priority Number)인데, 이게 높을수록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6단계: 대책 세우고 추적하기
우선순위가 높은 문제부터 해결 방안을 마련한다. 설계를 바꿀 수도 있고, 검사 방법을 강화할 수도 있고, 예비 부품을 준비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대책을 세우고 끝이 아니라 실제로 적용되는지 끝까지 추적하는 것이다.
FMEA를 더 효과적으로 쓰는 방법
다른 기법과 함께 써라
FMEA는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귀납적 방법이다. 하지만 복잡한 시스템에서는 부품 간 상호작용으로 생기는 위험을 놓칠 수 있다. 이럴 때는 FTA(Fault Tree Analysis) 같은 연역적 방법과 함께 쓰면 더 완벽한 분석이 가능하다.
데이터가 부족하면 전문가 의견을 활용해라
신제품이나 새로운 기술의 경우 고장 확률 데이터가 없을 수 있다. 이럴 땐 해당 분야 전문가들을 모아서 워크숍을 하거나, 비슷한 제품의 과거 사례를 참고해서 분석의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
FMECA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기본 FMEA에 중요도(Criticality) 분석을 추가한 FMECA도 있다. 이걸 쓰면 더 정교한 위험 우선순위를 매길 수 있어서 대형 프로젝트나 안전이 중요한 시스템에서 유용하다.
실무에서 FMEA 쓸 때 주의할 점
너무 완벽하려고 하지 마라
모든 고장 가능성을 100% 다 찾아내려고 하면 분석이 끝나지 않는다.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되, 치명적인 고장은 놓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해라
한 번 만들어놓고 끝이 아니다. 설계가 바뀌거나 새로운 고장 사례가 나타나면 FMEA도 계속 업데이트해야 실용성을 유지할 수 있다.
팀 단위로 진행해라
혼자서 모든 걸 다 알 수는 없다. 설계자, 제조 담당자, 품질 관리자 등 다양한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분석해야 놓치는 부분을 최소화할 수 있다.
마무리하며
FMEA는 복잡해 보이지만 결국 "미리미리 대비하자"는 상식적인 접근법을 체계화한 것이다. 완벽한 만능 도구는 아니지만, 제대로만 활용하면 개발 비용을 줄이고 제품 품질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요즘처럼 제품 수명 주기가 짧아지고 경쟁이 치열한 환경에서는 처음부터 제대로 만드는 게 더욱 중요해졌다. FMEA를 통해 사전에 위험을 관리하는 습관을 기르면, 나중에 큰 문제로 발전할 수 있는 씨앗들을 미리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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