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in Science

잠들지 못하는 세포들의 비밀

Neural Center 2025. 6. 2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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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밤 우리가 깊은 잠에 빠질 때, 몸속 세포들은 마치 교대근무를 하듯 바쁘게 움직인다. 특히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들은 수면 패턴과 놀라울 정도로 정교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밤잠을 설치면 왜 다음날 몸이 무거워지는지, 수면 부족이 지속되면 왜 면역력이 떨어지는지에 대한 답이 바로 여기에 숨어 있다.

24시간 돌아가는 생체시계의 단백질 공장

우리 몸의 모든 세포에는 Period, Cryptochrome, CLOCK, BMAL1이라는 네 개의 유전자가 함께 작동하며 혈압, 체온, 수면-각성 주기와 같은 생리적 변화를 조절하는 일주기 리듬을 만들어낸다. 이 시스템은 마치 정밀한 시계처럼 작동하는데, 각각의 유전자가 특정 시간에 켜지고 꺼지면서 우리 몸이 하루 주기에 맞춰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

낮에는 생체에 필요한 단백질을 세포내에 축적하고 밤에는 분해하여 사용하는 활동을 주기적으로 반복한다. 이는 단순히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생체시계 유전자들이 직접적으로 단백질 합성과 분해를 조절하기 때문이다.

CLOCK과 BMAL1 단백질이 전사를 촉진하고 그 결과 발현된 PERIOD와 CRYPTOCHROME이 CLOCK/BMAL1의 활성을 억제함으로써 생체시계 유전자 및 생체시계의 조절을 받는 유전자의 발현을 하루를 주기로 oscillation 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 메커니즘이다.

수면이 단백질 제조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

수면 중에는 단백질 합성이 특별히 활발해진다. 수면 전 단백질을 섭취하면 수면 중 근육단백질 합성이 활발히 이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밤 시간 동안 우리 몸은 마치 건설 현장의 야간 작업처럼 손상된 조직을 복구하고 새로운 단백질을 만드는 일에 집중한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수면 중 성장호르몬 분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성장호르몬은 단백질 합성을 직접적으로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동시에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는 감소해서, 단백질 분해를 억제하는 환경이 조성된다.

특히 면역 관련 단백질들의 생산이 수면 중에 크게 증가한다. 항체, 사이토카인, 인터페론 같은 면역 단백질들이 밤 시간에 집중적으로 만들어진다. 그래서 충분히 자지 못하면 감기에 쉽게 걸리고 상처 치유도 늦어지는 것이다.

Clock 유전자가 조절하는 단백질 네트워크

생체시계의 핵심인 Clock 유전자들은 수백 개의 다른 유전자들을 직접 조절한다. Per2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발견되었다. 이 유전자에서 발현되는 hPer2 단백질의 이상은 일간주기 리듬의 길이를 유지하는 과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방해한다는 연구는 이런 유전자 하나의 변화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Period와 Cryptochrome 단백질은 분해된 후 일주기 시계가 다시 시작될 수 있다. 이것이 피드백 루프다. 억제 과정이 24시간이 걸린다. 이 때문에 하루 종일 유전자 활동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흥미로운 점은 각 Clock 단백질마다 고유한 역할이 있다는 것이다. Per2 돌연변이 마우스는 골아세포(뼈를 만드는 세포) 특이적 변화를 보였고, Cry2가 없는 마우스는 골아 세포(뼈를 분해하는 세포) 특이적 변화를 보였다는 연구처럼, 서로 다른 단백질 경로를 조절한다.

수면 박탈이 단백질 합성에 미치는 파괴적 영향

수면이 부족하면 단백질 합성 시스템 전체가 무너진다. 밤새 잠을 못 자면 다음날 몸이 무거워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단백질 합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근육 회복이 지연되고, 신진대사 관련 효소들의 생산도 줄어든다.

특히 스트레스 반응 단백질들의 생산이 증가한다. 수면 박탈은 몸에게는 일종의 스트레스 상황이기 때문에, 코르티솔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 관련 단백질들이 과도하게 만들어진다. 이는 정작 필요한 회복 관련 단백질들의 생산을 방해한다.

염증 관련 단백질들도 비정상적으로 증가한다. 수면 부족이 지속되면 만성 염증 상태가 되는데, 이때 염증성 사이토카인이라는 단백질들이 계속 만들어진다. 이런 단백질들은 오히려 몸에 해롭고,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도파민과 정서 조절 단백질의 일주기 변화

뇌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들도 수면 패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도파민 합성의 핵심 조절인자로서 속도결정 인자로 평가받는 티로신 수산화효소(TH)의 유전자 발현이 도파민 합성과 동일한 양상의 일주기 리듬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REV-ERBα가 도파민 신경세포의 상위 전사인자인 NURR1과 경쟁적으로 작용함으로써 TH 유전자 발현을 일주기적으로 조절하는데, 두 전사인자 사이의 일주기적인 활성 균형이 깨어질 경우 중뇌 도파민 신경전달 이상과 더불어 그에 의존적인 행동학적 이상이 발생한다고 밝혀졌다.

이는 왜 수면 패턴이 깨지면 우울감이나 의욕 저하를 느끼는지 설명해준다. 도파민은 동기와 쾌감을 조절하는 핵심 신경전달물질인데, 이를 만드는 단백질의 생산이 일주기 리듬에 따라 조절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생체시계 유전자의 발견

최근 연구에서는 기존에 알려진 Clock 유전자 외에도 수면을 조절하는 새로운 유전자들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 Tango10 유전자가 고장 나면 페이스메이커 신경세포가 흥분 상태를 유지해 수면의 주기성이 방해받는다는 연구가 대표적이다.

Tango10-Cullin3 복합체가 시냅스에서 단백질 유비퀴틴화를 조절함으로써 수면주기를 결정하는 시간 정보를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유비퀴틴화는 쓸모없어진 단백질을 분해하는 과정인데, 이 과정이 수면 조절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실용적인 관점에서의 활용

이런 과학적 지식을 일상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먼저 규칙적인 수면 패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다. 단순히 "충분히 자야 한다"는 수준을 넘어서, 같은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것이 유전자 발현 패턴을 안정화시킨다는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이다.

수면 전 단백질을 섭취하면 수면 중 근육단백질 합성이 활발히 이뤄진다는 연구를 바탕으로, 운동 후 수면 전 적절한 단백질 섭취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소화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해야 한다.

빛 노출 관리도 중요하다. 크립토크롬 유전자는 빛에 의해 생체 리듬에 관여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크립토크롬 1-2는 모든 빛에 대해 시계의 주기를 유지시켜준다는 연구처럼, 아침에는 밝은 빛을, 저녁에는 어두운 환경을 만드는 것이 유전자 발현 패턴을 정상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미래 연구 방향과 치료 가능성

세포의 특정한 역할을 규정하는 유전자의 발현에서 핵심 기능을 하는 단백질이 확인됐다는 최근 연구처럼,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새로운 단백질들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 이런 발견들은 수면 장애나 일주기 리듬 관련 질환의 새로운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Tango10-Cullin3에 의해 실제로 분해되는 표적 단백질을 찾고, 인간의 일주기 수면 장애와의 관련성을 추가적으로 규명한다면 수면 장애 치료 등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연구진의 전망처럼, 개인 맞춤형 수면 치료도 가능해질 수 있다.

결국 우리가 매일 밤 경험하는 수면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세포 수준에서 일어나는 정교한 단백질 제조 과정의 핵심 시간이다. 규칙적인 수면 패턴을 유지하는 것은 몸속 단백질 공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방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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