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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직무스트레스 측정도구(KOSS)로 살펴본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직무스트레스

Neural Center 2025. 5. 20.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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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에서 직무스트레스는 단순한 개인의 문제를 넘어 조직 생산성과 국민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OECD 국가 중 노동시간이 긴 편에 속하며, 빠른 경제성장과 조직문화의 특수성으로 인해 직무스트레스 수준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글에서는 한국 근로자들의 직무스트레스 현황을 정확히 측정하고 평가하기 위해 개발된 한국형 직무스트레스 측정도구(Korean Occupational Stress Scale, KOSS)의 개요와 활용, 그리고 이를 통해 드러난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직무스트레스 실태를 심층적으로 살펴본다.

한국형 직무스트레스 측정도구(KOSS)의 개발 배경과 특징

개발 배경 및 필요성

서구에서 개발된 기존의 직무스트레스 측정 도구들은 한국의 독특한 직장문화와 고용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한국 근로자들의 직무스트레스를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 2003년부터 산업안전보건연구원과 한국직무스트레스학회의 주도로 한국형 직무스트레스 측정도구(KOSS)가 개발되었다.

KOSS는 한국인의 사회문화적 특성과 직업 환경을 반영하여 개발되었으며, 전국 30,000명 이상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조사와 연구를 통해 신뢰성과 타당성이 검증되었다.

KOSS의 구성 및 측정 영역

KOSS는 기본형(43문항)과 단축형(24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다음과 같은 8개 영역의 직무스트레스 요인을 측정한다:

  1. 물리환경(Physical Environment): 작업 공간의 위험성, 유해환경 노출 등 물리적 환경에 관한 스트레스
  2. 직무요구(Job Demand): 직무에 대한 부담 정도, 시간적 압박, 업무량 증가, 책임감 등
  3. 직무자율성 결여(Insufficient Job Control): 직무에 대한 의사결정 권한과 자율성 수준
  4. 관계갈등(Interpersonal Conflict): 상사 및 동료 간의 갈등, 지지부족, 비합리적 의사소통 등
  5. 직업불안정(Job Insecurity): 고용 불안정성,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등
  6. 조직체계(Organizational System): 조직의 운영체계, 조직 내 갈등, 합리적 의사소통 등
  7. 보상부적절(Lack of Reward): 업무에 대한 금전적, 비금전적 보상의 적절성
  8. 직장문화(Workplace Culture): 한국적 집단주의 문화, 비합리적인 의사소통 체계, 회식문화 등

각 영역은 4~5개의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4점 Likert 척도(1='전혀 그렇지 않다', 4='매우 그렇다')로 응답하도록 되어 있다. 점수가 높을수록 해당 영역의 직무스트레스가 높음을 의미한다.

평가 방법 및 활용

KOSS는 측정 결과를 다음과 같이 4개 집단으로 구분하여 평가한다:

  • 하위 25% 집단(Q1): 직무스트레스가 낮은 집단
  • 하위 25%~50% 집단(Q2): 직무스트레스가 낮은 편인 집단
  • 상위 25%~50% 집단(Q3): 직무스트레스가 높은 편인 집단
  • 상위 25% 집단(Q4): 직무스트레스가 매우 높은 집단

이러한 평가 기준은 한국인 근로자 전체 표본 집단을 기준으로 하며, 성별, 연령별, 직종별 참고 기준도 제공하여 집단 특성에 맞는 평가가 가능하도록 했다.

KOSS는 개인의 직무스트레스 수준 진단뿐만 아니라, 조직 차원의 직무스트레스 예방 프로그램 개발, 직무스트레스와 건강 문제 간의 연관성 연구, 직종별·업종별 직무스트레스 비교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KOSS를 통해 본 한국 근로자의 직무스트레스 현황

전반적인 직무스트레스 수준

2021년 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실시한 '한국 직무스트레스 현황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전체 직무스트레스 수준은 100점 만점에 평균 51.3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4년 조사 결과(49.7점)보다 상승한 수치로, 전반적인 직무스트레스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준다.

특히 COVID-19 팬데믹 이후 실시된 조사에서는 직무스트레스가 더욱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원격근무와 비대면 업무 방식의 확산, 경기 침체로 인한 고용 불안정성 증가 등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영역별 직무스트레스 수준

KOSS의 8개 영역 중 한국 근로자들이 가장 높은 스트레스를 보이는 영역은 '직무요구'와 '직업불안정'으로 나타났다. 특히 직무요구 영역은 전 직종에서 상위 25% 이상의 높은 수준을 보였으며, 이는 한국 사회의 빠른 업무 처리 요구와 과도한 업무량이 주된 스트레스 요인임을 시사한다.

반면, '물리환경'과 '관계갈등' 영역은 상대적으로 낮은 스트레스 수준을 보였으나, 이 역시 직종과 업종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예를 들어, 제조업과 건설업 종사자는 물리환경 영역에서, 서비스업과 교육업 종사자는 관계갈등 영역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역별 직무스트레스 평균 점수(100점 만점):

  1. 직무요구: 58.4점
  2. 직업불안정: 56.7점
  3. 조직체계: 54.2점
  4. 보상부적절: 53.1점
  5. 직장문화: 51.8점
  6. 직무자율성 결여: 49.5점
  7. 관계갈등: 44.3점
  8. 물리환경: 42.6점

성별에 따른 직무스트레스 차이

KOSS 조사 결과, 남성과 여성의 직무스트레스 패턴에 뚜렷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인 직무스트레스 수준은 여성(52.1점)이 남성(50.6점)보다 높았으며, 특히 '직무자율성 결여'와 '직업불안정' 영역에서 여성의 스트레스가 더 높게 나타났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 여성 근로자들이 경험하는 유리천장, 임금 격차,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 등 구조적 불평등이 직무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함을 보여준다.

반면, '직무요구'와 '조직체계' 영역에서는 남성의 스트레스가 더 높게 나타났으며, 이는 한국 사회에서 남성에게 기대되는 높은 업무 성과와 책임감, 경쟁적 조직문화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령대별 직무스트레스 특성

연령대별 직무스트레스 패턴을 살펴보면, 20대와 30대 젊은 층에서는 '직무요구'와 '보상부적절' 영역의 스트레스가 높게 나타났다. 이는 신입 사원과 중간 관리자로서 경험하는 업무 적응의 어려움, 높은 업무 부담, 그리고 노력 대비 불충분한 보상 인식 등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40대와 50대에서는 '직업불안정'과 '직장문화' 영역의 스트레스가 두드러졌다. 특히 40대는 직장 내 역할과 가정에서의 역할 사이에서 오는 갈등이, 50대는 은퇴 준비와 고용 불안정에 대한 우려가 주된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60대 이상 고령 근로자의 경우, '물리환경'과 '직무자율성 결여' 영역에서 높은 스트레스를 보였으며, 이는 신체적 노화에 따른 업무 환경 적응의 어려움과 디지털 기술 변화에 대한 적응 부담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종별 직무스트레스 특성

KOSS를 활용한 직종별 비교연구에 따르면, 직종에 따라 직무스트레스의 수준과 양상이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무직/관리직: '직무요구'와 '조직체계' 영역에서 높은 스트레스를 보였으며, 특히 중간 관리자 그룹에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졌다. 또한 장시간 근로와 성과 중심의 평가 시스템으로 인한 '보상부적절' 스트레스도 높은 편이었다.

생산직/기술직: '물리환경'과 '직무자율성 결여' 영역에서 높은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위험하거나 유해한 작업 환경, 단순 반복적 작업, 의사결정 권한의 부재 등이 주요 스트레스 요인으로 지목됐다.

서비스직/판매직: '직무요구'와 '관계갈등' 영역에서 가장 높은 스트레스를 보였다. 고객과의 감정노동, 불규칙한 근무 시간, 업무와 휴식의 불균형 등이 주된 스트레스 원인으로 분석됐다.

전문직(의료, 교육, IT 등): '직무요구'와 '직업불안정' 영역의 스트레스가 높았으며, 특히 고도의 전문성과 책임감이 요구되는 의료인과 교육자는 다른 직종에 비해 전반적인 직무스트레스 수준이 높게 나타났다.

기업 규모별 직무스트레스 차이

기업 규모에 따른 직무스트레스 양상도 주목할 만한 차이를 보였다.

대기업 종사자들은 '조직체계'와 '직무요구' 영역에서 높은 스트레스를 경험했으며, 특히 복잡한 조직구조, 경직된 의사결정 체계, 과도한 업무량과 성과 압박 등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중소기업 종사자들은 '직업불안정'과 '보상부적절' 영역에서 높은 스트레스를 보였으며, 이는 상대적으로 낮은 고용 안정성과 임금 수준, 복리후생제도의 부족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규모 사업장과 자영업자의 경우, '물리환경'과 '직무요구' 영역의 스트레스가 두드러졌으며, 열악한 작업 환경, 긴 노동시간, 인력 부족으로 인한 업무 과부하 등이 주된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국 근로자의 직무스트레스 관리 전략

개인 차원의 직무스트레스 관리

KOSS를 통해 자신의 직무스트레스 수준과 취약 영역을 파악한 후, 개인은 다음과 같은 맞춤형 스트레스 관리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1. 자기 인식 강화: 자신의 스트레스 반응 패턴을 이해하고, 스트레스 신호를 조기에 인식하는 능력을 기른다.
  2. 스트레스 대처 기술 습득: 호흡법, 명상, 운동 등 효과적인 스트레스 완화 기법을 학습하고 정기적으로 실천한다.
  3. 업무 경계 설정: 업무와 개인 생활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명확한 경계를 설정하고, 필요시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기른다.
  4. 소통 및 지지망 구축: 직장 내외에서 지지적인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하는 습관을 기른다.
  5. 전문적 도움 활용: 직무스트레스가 심각한 수준일 경우, 정신건강 전문가나 EAP(Employee Assistance Program) 등 전문 서비스를 적극 활용한다.

조직 차원의 직무스트레스 관리

KOSS 결과를 바탕으로 조직은 구성원들의 직무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다음과 같은 전략을 고려할 수 있다:

  1. 정기적인 직무스트레스 평가: KOSS를 활용한 정기적인 직무스트레스 평가를 실시하여 조직 내 스트레스 현황을 파악하고 변화 추이를 모니터링한다.
  2. 영역별 맞춤형 개입 프로그램: 높은 스트레스를 보이는 영역에 대해 집중적인 개입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행한다. 예를 들어, '직무요구' 영역의 스트레스가 높다면 업무 재분배나 추가 인력 배치를, '관계갈등' 영역이 문제라면 팀빌딩이나 의사소통 훈련을 강화할 수 있다.
  3. 건강한 조직문화 조성: 일과 삶의 균형을 존중하는 문화, 개방적인 의사소통 체계, 공정한 보상 시스템 등 건강한 조직문화를 조성한다.
  4. 관리자 교육 강화: 직원들의 스트레스 신호를 감지하고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관리자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5. 직장 내 지원 시스템 구축: EAP, 상담 서비스, 건강 증진 프로그램 등 직원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 시스템을 구축한다.

정책적 차원의 직무스트레스 관리

우리나라의 직무스트레스 수준을 낮추기 위해서는 개인과 조직 차원의 노력뿐만 아니라, 다음과 같은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

  1. 근로시간 관리 강화: 장시간 노동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 규제와 감독을 강화한다.
  2. 직장 내 정신건강 증진 지원: 직장 내 정신건강 증진 프로그램에 대한 정부 지원과 인센티브를 확대한다.
  3. 직무스트레스 예방 교육 의무화: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에서 직무스트레스 예방 교육을 의무화하고, 관련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한다.
  4. 유연근무제 확대: 재택근무, 시차출퇴근제 등 다양한 유연근무제 도입을 장려하고 지원한다.
  5. 직무스트레스 고위험군 특별 관리: KOSS를 통해 직무스트레스 고위험군을 선별하고 집중적인 관리와 지원을 제공한다.

결론

한국형 직무스트레스 측정도구(KOSS)를 통해 본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직무스트레스 현황은 직종, 성별, 연령, 기업 규모 등에 따라 다양한 양상을 보이지만,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의 직무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직무요구'와 '직업불안정' 영역에서의 스트레스가 두드러지며, 이는 한국 사회의 경쟁적 업무 환경과 고용 불안정성이 직무스트레스의 주요 원인임을 시사한다.

직무스트레스는 개인의 건강과 삶의 질뿐만 아니라 조직의 생산성과 경쟁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이다. 따라서 KOSS를 통한 정확한 직무스트레스 평가를 바탕으로, 개인, 조직, 그리고 정책적 차원에서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한국의 급변하는 노동 환경과 COVID-19 이후의 뉴노멀 시대에 맞춰, KOSS의 지속적인 개선과 활용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통해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직무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건강한 근로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직무스트레스 관리는 단기적인 해결책이 아닌 지속적인 과정임을 인식하고,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노력해야 할 과제임을 기억해야 한다. KOSS는 그 시작점이자 중요한 도구로서 앞으로도 한국 근로자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더욱 발전하고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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